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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성채 (九龍寨城, Kowloon Walled City) 구룡성채. 후에 밝혀진 원래 이름은 구룡채성. 지금은 없어진 한때 홍콩 최악의 마굴이자 고층 슬럼가이다. 영국과 청나라사이의 정치적인 갈등의 틈에서 암덩어리처럼 자라난 불법 건축물로 그 시작은 청나라가 홍콩의 영국군을 감시하던 요새였다. 청나라가 홍콩의 지배권을 영국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관할권이 정확히 구분이 되지 않은 지역으로 결과적으로는 양국에서 방치. 무정부 상태가 되어버린 구룡채성은 그 누구도 관리하지 않는 무법지대가 되어버렸다. 구룡채성의 초기 정착민은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에서 발생한 부랑민과 난민. 그 이후로도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던 중국에서 갖가지 밀려오는 난민들을 수용하기위해 기형적으로 증축된 구룡채성은 위의 단순한 요새의 형태에서 성채의 형태로 변화한다. 공권력이 닿지 않는 무법지대.. 2023. 6. 18.
배틀로얄 「수감번호 299932번 오늘 형을 집행한다」 무미건조한 스피커 건너에서 들려오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 수감번호 299932번으로 지칭된 사형수 이용택은 자신의 독방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사형 폐지국. 아니 실질적 사형 폐지국. 1997년 12월 30일 이후로 대한민국에서는 단 한번도 집행된 적이 없었던 사형수에 대한 형벌 집행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재개되었다. 용택이 수감된 교도소에 있는.. 아니 있던 사형수는 총 7명. 그 중 두 명은 이미 어제와 그저께 형이 집행이 되었고, 오늘은 용택의 차례가 찾아왔다. "빌어먹게 더운 날이군" 용택은 자신이 수감된 독방으로 다가오는 간수들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얕게 읊조렸다. 용택의 죄명은 연쇄살인. 전국 각지를 돌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잔혹하게.. 2023. 6. 18.
고양이 네로 여드름 생성기. 안타는 쓰레기. 오겹살 오타쿠. .. 그래, 자랑은 아니지만 그게 내 별명이다. 아무도 최성현이라는 내 이름은 불러주지 않는다. 18년이라는 세월을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행복했던 적이 있었을까. 내 기억이 시작되는 유치원 때부터 나는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는 말 할 것도 없고. 중학교 때는 전학을 한번 갔는데도 변하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도, 당연한 것인 것처럼 반 아이들은 날 피했고. 그 중 잘나가는 놈들은 늘 그렇듯이 나를 찍었다. 새 학년이 시작된지 겨우 2주. 오늘도 용구 삼인방에게 얻어맞고, 점심값을 뺏겨 주린 배를 움켜쥔 채, 털레 털레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것조차, 최단거리로 가지도 못한다. 용구 놈들이 숨어있을 까.. 2023. 6. 18.
내 아이의 아버지 "우와, 딱지야, 아빠 나온다, 자아-, 아빠 나온다. 우와- 알아 보겠어? 아빠야 아빠" 아직은 부풀어 오르지도 않은 배를 쓰다듬는 선영. 이제야 막 임신 10주차에 들어간 그녀는 자신의 취미 겸 태교 겸 거실 한구석을 채운 80인치 티비에 석훈이 나오는 드라마를 틀어놓고 있었다. 이름 박석훈. 아역 출신 연예인. 어렸을 때부터 한결같은 연기력과, 정변의 예시라고 할만큼, 나날이 증가해가는 남성적인 매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놓지 않는 배우였다. 어찌 말하자면 데뷔 때부터, 현재까지 단 한번도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배우였던 만큼, 그의 사생활은 더 더욱이 비밀로 부쳐지고 있었는데.. 그랬던 그가 어떤 의미에서는 엄청난 정보를 자의로 대중에 흘린 것이 어느새 1년이 지난 듯 했다. 그것은 바로 불.. 2023. 6. 18.
무차별 살인 다음 뉴스입니다, 지난달 국내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독극물살인 용의자가 검거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용의자는, 도깨비 음료 제조 업체의 연구원 출신으로, 본인이 인터넷에 처음으로 올린 사건 예고 두달여전 정리해고를 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음료 제조사와, 유통업체들의 적극적인 리콜에도 불구 전국 각지에서 세 명의 사망자를 낸 이 불행한 사건은..」 ## 지금으로부터 약 세달 전, 인터넷 모 사이트 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무언가 술에 취한 사람이 작성한 듯한 횡설수설한 글. 세상과, 도깨비 음료 제조업체를 향한 원망과 저주를 제외하고 나면 중요한 내용은 단 한 줄. '대한민국 어딘가에 팔리고 있는 도깨비 음료들에 독을 탔다. 목숨이 소중하다면 사먹지 말기를 바란다' 워낙에 게시판 글 갱신률.. 2023. 6. 18.
여기는 알래스카, 신혼여행중에 조난을 당했다 지익- 지익- 고체연료를 태워 굽고 있는 곰 내장에서 불쾌한 소리가 난다. ..지금이 도무지 며칠째인지 모르겠다. 평생을 산악인으로 살아왔지만, 이런 위기를 처음 겪어본 것도 아니지만, 이번에 드는 공포감은 예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결혼을 한 몸이니까.. ..그리고 같은 산악인 출신인 아내가, 지금 내 옆에 없으니까. 아내와는 히말라야 등정에 도전하는 프로젝트 팀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곱상하게 생긴 얼굴과는 달리, 씩씩하고 든든한 모습에서 느껴진 의외의 매력에, 등정을 시작한지 며칠 되지도 않아 홀딱 반해버렸었지.. 장비와 물자의 부족으로 결국 도전은 실패했지만, 귀국길에 미친 척 질러버린 고백에 배시시 웃었던 아내의 얼굴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빌어먹을. 이 미친 신혼.. 2023.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