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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단편집

무차별 살인

by 담쟁이저택 2023. 6. 18.

 

다음 뉴스입니다, 지난달 국내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독극물살인 용의자가 검거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용의자는, 도깨비 음료 제조 업체의 연구원 출신으로, 본인이 인터넷에 처음으로 올린 사건 예고 두달여전 정리해고를 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음료 제조사와, 유통업체들의 적극적인 리콜에도 불구 전국 각지에서 세 명의 사망자를 낸 이 불행한 사건은..」

 

 

##

 

 

지금으로부터 약 세달 전, 인터넷 모 사이트 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무언가 술에 취한 사람이 작성한 듯한 횡설수설한 글.

세상과, 도깨비 음료 제조업체를 향한 원망과 저주를 제외하고 나면 중요한 내용은 단 한 줄.

 

'대한민국 어딘가에 팔리고 있는 도깨비 음료들에 독을 탔다. 목숨이 소중하다면 사먹지 말기를 바란다'

 

 

워낙에 게시판 글 갱신률이 높은 사이트였던 탓도 있었지만, 워낙 술 냄새가 풀풀 풍겨오는 글이었던 탓에 사람들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첫 희생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첫 희생자는 서울 근교의 한 고등학생.

매점에서 친구가 사다 준 도깨비 음료를 먹고, 수분 지나지 않아 실신.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

 

두 번째 희생자는 부산에 사는 한 50대 남성.

퇴근 후 평소대로 즐겨 마시는 술에 도깨비 음료를 타서 마시고 그 자리에서 즉사.

 

그리고.. 마지막 희생자는 4살짜리 남자아이.

미혼모가 혼자서 힘겹게 기르고 있었던 아이였기에 더욱 더 세상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

 

 

"반장님, 큰일 났습니다."

 

취조실에서 중년의 형사가 급한 발걸음으로 뛰어나와 반장을 찾는다.

가뜩이나 어제 마신 술이 덜 깬터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김반장은 피우던 담배를 거칠게 재떨이에 비벼 끄며 대답한다.

 

"아, 또 뭐. 그 미친 새끼가 뭐라는데?"

 

"그게.."

 

곤란하다는 듯 우물쭈물하는 중년의 형사.

 

"아, 강형사. 나 그렇게 질질 끄는 거 안 좋아하는 거 몰라? 뭔 일인데?"

 

"그.. 용의자가요"

 

"용의자가 뭐?"

 

강형사라 불린 중년의 남성은 힘들게 입을 뗀다.

 

"자기는 음료 딱 한 캔에만 독을 탔다는데요"

 

 

##

 

 

첫 희생자.

 

이름 박찬욱. 

나이 18세. 

특이사항 학교 내 불량 서클 리더. 왕따를 주도하거나 하여 교내에서는 크고 작은 소문이 파다한 듯 함.

 

두 번째 희생자.

 

이름 이용규

나이 56세.

특이사항 재력가. 현재 함께 살고 있는 아내는 3번째 재혼으로 맺어진 사람. 나이차이는 29살.

 

세 번째 희생자.

 

이름 나한율.

나이 4세.

특이사항 어머니가 미혼모. 아버지 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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