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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단편집23

대마법사 남자가 50살이 되도록 동정이면 대마법사가 된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한낮 우스갯소리. 하지만 그 이야기가 실제가 되리라고 과연 누가 생각을 했을까. 한달 전 만 50세가 된 동정남 김용찬, 학창시절부터 단체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그는, 중학교를 자퇴하고, 은둔형 외톨이로 근 30년을 살아왔다.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이라고는 저주와 증오밖에 남아있지 않았던 그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어마어마한 마력. 그런 그가 선택한 첫 마법은, 판타지 소설에서 자주 보았을 만한 운석 소환. 소위 말하는 메테오였다. 처음 자신의 SNS에 자신이 운석을 소환하고 있다고 울렸던 그의 포스팅에 관심을 기울였던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달의 절반만한 크기의 운석이 지구의 공전 궤도에 .. 2023. 6. 19.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후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이른 새벽. 군청색 우비 안에서 내뿜은 김반장의 담배 연기가 조용히 공기 중에 흐트러져간다. "아주.. 난리 부르스를 쳐 놨구만.." 30년 경력의 베테랑 형사인 김현식 반장. 산전 수전 다 겪어본 그였지만 이번 현장은 그런 그로써도 결코 쉽지 않은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곳은 관악산 등산로 근처, 가파르다면 가파른 언덕길 아래, 그 물건은 널부러져 있었다. "우..우웩!" 후두두둑. "아, 나 저 비위 약한 새끼, 강형사, 저 신입 치워" "아, 죄송합니다. 야 이 새끼야! 너 그래가지고 형사 해먹겠어?" 그의 고갯짓 한번에 옆에 있던 다른 중년의 형사가 바닥에 토사물을 흩뿌리고 있던 젊은 형사의 뒷목을 잡고 끌고 나간다. 조용히 신입이 사라지는 쪽으로 눈을 흘겼던 .. 2023. 6. 19.
옆집 아저씨 "아! 아파! 아파! 아파!"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던 6년차 주부 선영은 딸아이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에 가스레인지의 불을 급히 끄고 거실로 뛰쳐나간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 여느 때와 같이 바닥에 엎드려 바둥거리는 딸 3살 나현이.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타 동생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5살 나훈이. 너무나도 많이 봐서 익숙한 장면이지만, 매번 볼 때마다 선영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 들어갈 뿐이다. "나훈이 너 그만 안 둬!!" 분명히 엄마와 눈이 마주쳤지만, 나훈은 멈출 기색이 없다. "너 자꾸 이렇게 나쁜 짓 하고 엄마 말 안 들으면! 옆집 아저씨가 와서 잡아간다고 했지!" 뚝. 엄마의 협박 아닌 협박에 5살 나훈은 잡았던 동생의 머리채를 놓았다. "엄마아아아아-" 오빠가 머리채를 놓자마자 서럽게 울며 .. 2023. 6. 19.
만다라케 https://mansionivy.tistory.com/92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배틀로얄 「수감번호 299932번 오늘 형을 집행한다」 무미건조한 스피커 건너에서 들려오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 수감번호 299932번으로 지칭된 사형수 이용택은 자신의 독방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사형 폐 mansionivy.tistory.com 만다라케 혹은 맨드래이크. 학명 Mandragora officinarum 맨드래이크속에 속하는 식물들의 일반적인 명칭. 전설에서나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면삼의 이미지로 많이들 알려져 있지만, 사실 실제로 존재하는 만다라케는 그렇게 희귀한 생물이 아니다. 실제로 포르투칼 남부나 북아프리카 지방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그저 흔한, 그런 식물일뿐. 소설 속에서 인간의 형체를 띄고.. 2023. 6. 18.
배틀로얄 「수감번호 299932번 오늘 형을 집행한다」 무미건조한 스피커 건너에서 들려오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 수감번호 299932번으로 지칭된 사형수 이용택은 자신의 독방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사형 폐지국. 아니 실질적 사형 폐지국. 1997년 12월 30일 이후로 대한민국에서는 단 한번도 집행된 적이 없었던 사형수에 대한 형벌 집행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재개되었다. 용택이 수감된 교도소에 있는.. 아니 있던 사형수는 총 7명. 그 중 두 명은 이미 어제와 그저께 형이 집행이 되었고, 오늘은 용택의 차례가 찾아왔다. "빌어먹게 더운 날이군" 용택은 자신이 수감된 독방으로 다가오는 간수들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얕게 읊조렸다. 용택의 죄명은 연쇄살인. 전국 각지를 돌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잔혹하게.. 2023. 6. 18.
고양이 네로 여드름 생성기. 안타는 쓰레기. 오겹살 오타쿠. .. 그래, 자랑은 아니지만 그게 내 별명이다. 아무도 최성현이라는 내 이름은 불러주지 않는다. 18년이라는 세월을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행복했던 적이 있었을까. 내 기억이 시작되는 유치원 때부터 나는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는 말 할 것도 없고. 중학교 때는 전학을 한번 갔는데도 변하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도, 당연한 것인 것처럼 반 아이들은 날 피했고. 그 중 잘나가는 놈들은 늘 그렇듯이 나를 찍었다. 새 학년이 시작된지 겨우 2주. 오늘도 용구 삼인방에게 얻어맞고, 점심값을 뺏겨 주린 배를 움켜쥔 채, 털레 털레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것조차, 최단거리로 가지도 못한다. 용구 놈들이 숨어있을 까.. 2023.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