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충류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교도소를 향하는 버스 안에서, 포승줄에 묶인 채로, 나는 생각한다. 놈을 처음 본건 3년, 아니 약 2년 반정도 전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입학식 때, 내 앞에 섰었던 그 놈. 교복 카라 위로 보이는 놈의 목에 일어난 버짐.. 아니 발진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 이 기묘한 피부병은, 마치 도마뱀 같은, 파충류의 비늘을 닮아 있었다. … 나는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일진이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같이 운영하시는 남들이 이름을 들으면 그럭저럭 알아볼만한, 성공한 사업체를 가지고 계셨고, 그로 인해 내 생활은 늘 풍요로웠다. 태어나서부터 언제나 남들보다 머리 하나가 컸던 덩치 덕에, 그리고 능력 있는 부모님에게서 받은 풍족한 용돈 덕분에, 나는 늘, 학교에서 힘있는 무리들의 중..
2023. 6. 22.
아는 아이를 성인사이트에서 봤어
음, 안녕, 이 이야기는 도대체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우선 자기소개부터 할게. 나는 지금 40대 중반, 서울에서 중견기업을 다니고 있는 회사원이야. 아내도 있고, 슬하에 딸도 둘이 있어. 그리고 큰딸보다 나이가 많은 시츄도 한 마리 있고. 뭐 필요 이상으로 개인정보를 여기에 올릴 필요는 없겠지. 아무튼 그런 아저씨의 이야기라고 알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래. 후우, 그래, 근데 정말 이걸 어떻게 시작을 하지. 일단, 이 이야기는 거의 2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야. 내가 20대 초반이었을 때, 지방에서 전문대를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다가 몇 번인가 물을 먹은 뒤에,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또 스펙이라도 쌓아야겠다 싶어서 결심했던 게 일본 워킹홀리데이였어. 영어는 워낙에 울렁증이..
2023.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