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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창고

움직이는 시체 - 좀비는 실존했다

by 담쟁이저택 2023. 6. 30.



좀비라 하면 어떤 이미지일까?

살아 움직이는 시체. 
쉽게 죽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
세상의 종말.

이미 영화나 드라마등에서 자주 언급되고 사용이 되어진 소재이기에
그 형태와 설정이 약간씩 다를뿐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좀비’의 모습을 상상할수 있다.

그렇지만 과연 그 좀비가 실존했다는것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노예무역에 힘입은 인간의 어두운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나온 좀비는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좀비보다 더욱 더 끔찍하고 슬픈 생명체일것이다.

이야기는 대항해시대, 크리스토퍼 콜롬버스가 인도를 찾기위해 서쪽으로 항해하다 발견한 히스파니올라 섬에서 시작한다.

현재는 아이티와(약 1/3) 도미니카 공화국(약 2/3)으로 양분된 섬으로 과거에 원주민이었던 타이노인들은 정복자들에게 학살당하고, 또 거기에 더해 그들이 묻혀온 유럽의 전염병에 거의 전멸당했다. 

부려먹을 사람이 없어 노동력이 사라진 식민지는 의미가 없기에 스페인은 이 잃어버린 노동력을 채우는 방식으로 아프리카에서 잡아온 흑인노예들을 히스파니올라 섬으로 이주시켰다.

그렇게 스페인의 식민지로써 사용이 되던 히스파니올라 섬은 스페인의 영향력이 점점 약해질 즈음 영국과 프랑스가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고, 영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프랑스는 스페인으로부터 섬의 좌측 약 1/3 현 아이티의 영토를  넘겨받는다.

프랑스는 현 아이티의 영토를 생도맹그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 생도맹그에서 흑인노예들을 착취하여 사탕수수를 재배하여 설탕으로 가공한뒤 유럽으로 가져갔다.

당시에 굉장히 고가의 사치품으로 거래가 되는 설탕의 수요를 맞추려다보니 노예들의 삶은 문자 그대로 처참할 따름이었고 그나마 종교만이 이 처참한 삶에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여기서 말하는 종교는 부두교.

부두교는 아프리카의 토착신앙이 식민지 시대를 거쳐 가톨릭/오컬트의 영향을 받아 발전한 종교다.


국교가 가톨릭이었던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부두교를 아이티 부두교, 미국 오컬트의 영향을 많이 받은 부두교를 뉴 올리언스 부두교라 하는데. 오늘 말하고자 하는 종교는 아이티 부두교이다.

부두교에서 좀비는 부두교 주술사인 보코르가 의식을 통해 죽은 자를 되살려 노예화 시킨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는 부활의 개념이 아닌 죽은 뒤에도 노예로 살아가야 하는 처벌에 가까운 개념이었다.

이 의식을 통해서 되살아난 좀비는 제대로 된 자아도 없이 그저 어설프게 사람을 흏내내는 듯한 모습으로 살아났는데, 아마 이 모습이 현재 우리가 익숙한 좀비의 이미지에 한 몫을 했을것이라 여겨진다.

실제로 보코르는 전날 장례를 치룬 시체를 무덤에서 파헤쳐 일으켜 세워 좀비로 만든뒤 농장주에게 노예로 팔아먹기도 했다고 하니 부두교 신자들이 이러한 행위에 공포를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던져진다.
죽은 이가 살아나는 일은 불가능하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위에서 말한 좀비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1985년에 미국에서 발행된 “The Serpent and the Rainbow” 라는 책에 따르면 부주교에서 좀비를 일으키는 의식은 사실 약물을 이용하여 사람을 가사상태에 빠트렸다가 깨우는 행위였다.

이때 사용한 약물은 복어의 독인 테트로도톡신을 비롯한 독극물이었다. 

이 독극물을 좀비파우더라고 불렀는데, 알려진 좀비파우더의 재료는 조금씩 다르나 네가지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것들이 있다.

1. 복어에게서 채취한 테트로도톡신
2. 독 두꺼비
3. 마비독을 만들어 내는 나무 개구리
4. 사람 시신의 일부

보코르는 위와 같은 재료로 만든 좀비 파우더를 피해자에게 투약하여 중독시키고 가사상태에 빠트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피해자가 죽었다고 생각하면 이를 매장하도록 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난뒤 무덤에서 꺼내 머리를 두들겨 패는 등의 충격으로 피해자를 깨우면 피해자는 독극물의 부작용과 머리에 입은 부상등으로 정상적인 사고를 할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사람들은 이를 좀비라 여긴것이다.

즉, 좀비란 의도적으로 정상적인 사람을 망가트려 노예화 시켜 팔아먹는 범죄행위의 피해자였다.

이러한 행위가 일어났던 생도맹그는 1804년, 흑인노예들이 일으킨 혁명을 통해 독립하고 스스로를 아이티를 칭한다.

식민지배에서 혁명을 통해 역사상 첫 흑인 독립국가를 세운 위대한 한 걸음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서구 국가들로부터의 의도적인 고립과 방해로 아이티는 그 역사의 시작을 빚더미에서 시작을 하게되고 오늘날까지 세계 최빈곤국 순위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금은 너무나도 친숙하게 이야기 소재로 소비가 되는 좀비의 시작도.
또 그 배경도 그저 알고나면 끔찍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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