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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단편집

램프의 지니

by 담쟁이저택 2023. 6. 27.


뭐? 소원의 갯수를 무한대로 늘려달라고?
 
식상하군.
식상해.
 
그렇지만 들어줄게. 걱정하지마, 나는 램프의 지니니까.
 
얼마든지 들어줄게. 그래 다음 소원은 뭐야?
 
눈이 너무 나빠서 눈이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걱정하지마, 자 짜잔- 어때? 잘 보여?
그 눈은 네 몸에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사람들 눈 중에서 크기가 제일 맞고 제일 시력이 좋은 사람의 눈이야.
 
그러고 보니 그 친구 트럭운전수인데 지금 막 코너 길을 돌고 있었던 거 같지만, 뭐 걱정하지마. 네가 알바는 아니니까.
 
그 다음 소원은 뭐야?
 
돈?
당장 1억정도면 되겠어? 뭐 소원의 숫자는 무한하니까.
 
자 짜잔-
어때? 1억이야.
 
지폐가 좀 쭈글쭈글한 게 많이 섞여있어도 이해해.
좀 지저분한 돈들은 어디 장롱 속이나 장판 밑에서 나온 게 많아서 그래.
 
응? 아아-
그 있잖아 폐지랑 고물을 주워서 근근이 살아가시는 할머니나 뭐 이런 분들.
 
깨끗한 돈은 현금으로 내면 수술비를 깎아준다는 말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막 병원문으로 들어온 백혈병 걸린 7살 딸의 아빠의 돈이 대부분이야.
그 양반 치료비로 사채까지 끌어다 쓴 모양인데, 뭐 네가 알바는 아니지.
 
그리고 또 무슨 소원?
 
축구를 잘 하고 싶어? 회사 축구경기에서 개발이라고 부장님한테 욕 먹었다고?
 
저런, 저런, 그러면 안되지.
자 짜잔- 잘 느껴지지는 않겠지만 지금 너한테 축구의 재능을 옮겼어.
 
그 재능은 브라질에서 온 거야 판자촌에서 가난한 어머니 모시고 사는 젊은 청년인데, 이제 막 스카우터의 눈에 들어서 다음달이면 계약을 하려는 참이였지만, 뭐 네가 알바는 아니지.
 
또 뭐? 무슨 소원을 들어줄까?
 
예쁜 아내가 가지고 싶어?
 
어디 보자.. 네 취향의 사람이라면. 응 그래. 중국 산동성 근처에 사는 새댁인데, 지금 막 젖먹이 아기의 젖을 먹이고 있는 중이야.
결혼한지 이제 막 1년이 넘어가서 한참 행복해 보이지만, 뭐 네가 알바는 아니지.
 
바로 데려올게, 기억도 지우고 하는 김에 한국말도 할 수 있게 해놓으면 되겠네.
 
 
자. 
 
그럼 또 무슨 소원을 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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