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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2

투표 “하아, 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한다” 혀를 쯧쯧 차며 손에 든 명부를 이리 저리 돌리는 이 검은 옷, 검은 갓의 남자의 직업은 저승차사. 올해로 저승차사 829년차에 접어들은 해원맥은 고민에 빠졌다. 그 고민이란 다름 아닌, 명부에 적힌 망자들의 사망 시각과 실제로 망자가 죽은 시간이 차이가 났기 때문, 보통 이런 경우는 명계에 보관된 필사본, 일종의 백업본과 같은 느낌의 서류를 뒤져서 시간을 대조해보기 마련인데, 이번에 문제는 명계에 보관이 되어 있어야 할 일종의 필사본이 소실이 되어버려 원맥의 골치를 아프게 하고 있었다. 지금 차사의 눈앞에 선 망자는 셋. 차이가 나는 시간은 대략 30분. 원맥은 과연 이 셋 중 누구의 시간이 실제와 다른지 도무지 알아낼 길이 없는 상태였다. 만약에 이 30분이 망.. 2023. 6. 23.
선생님, 도대체 왜.. 눈을 뜨셨네요. 많이 불편하시죠? 어제 과음 하셨으니 그러실 만도 하시겠죠. 너무 놀라지 마세요. 그리고 너무 바둥거리지 마세요. 선생님 손발 묶어놓은 거 케이블 타이라고, 선 정리 할 때 쓰는 건데 아둥바둥거린다고 끊어질 물건이 아니니까요. .. 제가 왜 이러는지 궁금하세요? 글쎄요. 정말 어디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선생님, 저는요. 저는 정말로 선생님이 좋았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없어서 그랬나, 정말로 선생님은 그냥 이웃에 사는 의사 선생님이 아니라 정말로 아빠 같았어요. 제가 졸업식에 다들 아빠 오는데 나만 아빠 안 온다고 안 간다고 떼쓰니까 대신 와주시기도 하고. 엄마 몰래 뒤에서 용돈도 조금씩 주시고. 다 자라서도 몸 걱정 된다고 엄마도 저도 건강검진도 꼬박꼬박 공짜로 해주시.. 2023. 6. 18.